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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히라노 게이치로와의 만남(알라딘+문학동네 이벤트)

by 따즈 2008. 10. 3.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와 김연수 작가

알라딘에서 주최한 히라노 게이치로와의 만남 이벤트에 기쁘고 고맙게도 당첨이 되서 이리까페에 다녀왔다. 조경란 작가가 책 읽어 줄 때도 다녀왔었는데 그 땐 사람이 너무 넘쳐서 바닥까지 앉고 난리였다. 그 때처럼 사람이 많고 넘칠까봐 두려운 마음에 예정 시각 7시보다 한시간이 이르게 도착했다. 하지만 이벤트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동네 한바퀴 산책을 갔다. 평소 안다니던 길로 돌았는데 홍대의 상가권이 많이 넓어졌구나 싶었다. 30분 뒤 돌아와보니 이제 설렁설렁 준비를 시작하는 모습. 카페로 들어가 제일 좋아보이는 의자에 앉았다. 의자가 중요해서 앉은 자리였지만 좌석 위치도 너무 좋아서 직방으로 작가가 보여주는 센스.

7시에 시작한다 했는데 초대한 사람들의 지각관계로 10분 뒤 시작하겠다는 문학동네 직원분이 일본 작가분께 코리안타임을 보여준 것 같아 부끄럽다 했지만 글쎄. 7시라고만 하지말고 입장은 몇 분 전이라고 더 확실히 공고했더라만 될 일 아닐까. 코리안타임 어쩌구 하느니 나 같으면 딱 7시에 입구 막아버리고 그 말 안하겠다.  초대객 각자의 스케쥴 조정은 이벤트 주최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주최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짠 시각표를 지키는 것 아닌가.  그런 시간엄수는 참가자 스스로 해주면 좋겠지만 주최측에서도 확실히 해줘야 한다고 본다. 시간을 지키는 것과 사람수를 채우는 것 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는 주최측의 선택이니까.

자리를 잡은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는 예전(참조)에 봤을 때보다 훨씬 중후(?)해지셨더라. 남한테 나이먹었다고 쉽게 말한다고 친구에게 혼났으므로 이제부터 중화된 표현을! 처음엔 자신의 책 이야기, 후엔 질의응답과 사인의 시간이었다.
이번 한국방문의 이유는 한중일 동아시아문학의 포럼 참석차란다. 정치적으로 나라 간의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문학이라는 연결끈이 있으면 좋지 않겠냐고.  한중일은 친할 것 같으면서 친할 수 없고, 다른 것 같으면서 같은 구석도 있는 애증에 관계에 놓여있는 것 같은데 이것도 세월이 더 흐르면 증오 따윈 지워지고 애정만 남을까? 서로의 국익을 우선시 해야하는 자본주의 속에선 무리겠지. 사람이라 무린건가.
언제나 소설의 주제로 자신과 타인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며 시대에 따라 그 관계나 사람의 성향은 달라지고 그것을 자신의 소설에서 차례로 그려온 것 같다,  웹2.0 인터넷의 시대에 들어선 현대의 사람은 근대와는  다른 성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미국 영화를 예를 들어 현대인의 심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의 최신작은 현대인에 대한 이야기이며 좀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소설이라 소개를 했다.
인터넷에 대한 도입으로 인한 현대인의 심리변화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없는 작가의 생각도 있었지만 시종일관 진지의 자세로 자신의 세계관을 펼쳐보였다.

질의응답시간에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중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의 답변에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질문자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이 너무 어려운데 쉽게 쓸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던가? 여간 그에 답하기를 소설이 독자가 읽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독자의 수준이 문제다라는 답을 아주 우호적으로 이야기하며 어릴 적에 어렵게 읽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책도 커서 읽으면 쉽게 이해가 되더라라고 했는데 나는 그 반대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은 커서 읽었지만 중학교 시절 읽었을 때 보다 더 이해가 안되더라. 이건 개인차의 문제이겠지만 나의 경우엔 어릴 적에 쉽게 용서하고 이해하던 것들이 나이가 들수록 그러기 어려워졌다. 아마도 그건 사람에 대해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는 탓일 것 같다. 사람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대지 않으면 안될만큼 사회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기도 하고.

소설가로서 사회와, 독자와의 소통에 어떻게 신경을 쓰고 있는지, 자신의 작업 스타일은 어떠한지 외국소설가를 직접 보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독자로서 이벤트에 참여했던 김연수 작가님도 갑자스레 무대로 불려 마이크를 쥐셨는데 예전 강연회 때와 달리 수줍어하고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김연수 작가에 히라노 게이치로의 어떤 점이 좋으냐 물었더니 답하길, 얼굴 이라고 해서 폭소. ㅎㅎ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히라노 게이치로의 말에 집중하고 있던 이벤트 초대객들도 훌륭했다. 점잖게 이야기하는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에 비해 통역하시는 분의 손짓이 너무 화려해서 집중할 수 없었던 난 결국 통역하는 시간엔 딴 짓을 해버리고 말았다. 통역하시는 분 목소리는 멋지시던데 ^-^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는 목소리가 참 좋은데 짧막하게 나마 동영상으로 감상해보길.

<글쓰는 스타일과 집필 중 습관에 대한 대답>


2005년 이후로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에 대해 진지하고 좀 내향적인 이미지를 품고 있었는데 모델 하루카씨와 루이비통 런칭파티에서 만나 사귄 후 결혼했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랬더랬다. 패션 런칭파티라니! 하긴 기타칠 때도 놀랬지만.
김연수 작가의 말에 따르지면 작가라는 신분으로 독자 앞에 나설 때가 아니라면 유쾌한 사람이라니 파티에서 잘 어울리고 놀 수 있는 인격이었던거냐? 히라노 게이치로의 광팬이 아님에도 본의아니게 3번이나 보게 되어 좋고 김연수 작가의 소설은 나랑 코드가 맞지 않아 포기했는데도 불구하고 2번이나 보니 친근해져 다시 도전해볼까 싶었던 시간이었다.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가 얼마전 일본에서 출간한 '결궤'에 대해 열렬히 이야기 했는데(심지어 반응도 좋다고 자랑을?!) 번역출판은 아직 먼 이야기 같으니 사서 읽어야 할까? 무려 두권. 문고판 아님 사기 싫은데; 언제 나올라나? 내년? 휴-


결궤에 대한 정보(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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