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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그림자살인

by 따즈 2009. 4. 3.

개봉과 동시에 본 영화는 이게 처음이지 싶다. 애타게 기다리고 기다려 본 것이 아니라 뭘 보나 뭘 보나 하다가 본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별 기대없이 보았으나 허참, 재밌구나!

처음 시작 장면부터 내가 좋아하는 사진스타일이라 맘에 들었다. 탐정추리극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추리의 진행은 뻔하지만 뻔하다 해서 재미없지 않다. 대한제국이라는 근대 배경 덕분에 근사한 과학수사나 대단한 추리를 드러내지 않아도 그러려니 할 수 있고 더불어, 완전 허술 개그를 드러내는 경찰수사에 웃음지을 수 있다. 더불어 대한제국시대나 일제세대면 의례 나오던 억압당하고 억울한 이야기거리에서 눈을 돌려서 좋다.(놈놈놈도!)  이게 가능한 것도 시간이 지나고, 일본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생긴 탓이 아닐까 싶다. 머, 그래도 여전히 스포츠는 일본은 꼭 이겨줘야 속 시원하지만.

볼거리도 만족스러운데,  추적씬과 서커스공연씬이 공들인 티가 난다. 액션씬은 본 시리즈의 집들을 넘어다니며 쫓고 쫓기던 씬이 생각났다. 본 시리즈가 지성인의 액션이 볼거리였다면 이건 멜로 달콤한 남자의 액션이 볼거리? 머, 나쁜 역도 했지만. 서커스 장면도 좋았다.

그런데 마지막 클라이막스부터 늘어지는 감이 있어 긴박감도 떨어지고 깔끔하게 정리가 안되는 느낌. 홍진호(황정민 분)라는 캐릭터가 좀 모호한 단계여서인지도 모르겠다. 정의에서 떨어져 살던 그가 무법정의를 세우는 첫사건이니까. 홈즈와 왓슨 같은 관계 설정이나 어설픈 과학수사대 등장(여인네 홀로긴 하지만)도 재미있다. 시리즈물로 나오면 기꺼이 다음 작품도 보겠다. 캐릭터는 좀더 확고하고 독특해주면 좋겠지만.

그리고 두 소녀 얼굴 좀 보여주지 그랬어. 어렵게 살았는데. 배웅할 때 그냥 옆에 세워둬도 좋잖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