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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days

사랑이 끝나면, 그 사랑은 의심 받는다.

by 따즈 2006. 8. 10.
어떤 사랑이든지 내게 언제나 사랑이 풋물같은 것은
나의 첫사랑이 억센 푸른 풀같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랑이 끝나고,
사람의 체세포가 모두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는  7년이 흘러 그는 내게 물어왔다.

나를 사랑하긴 했었니?

그는 계속 그것이 궁금했던 것일까. 오랜 기간동안 그를 외면하려 전화를 몇번이고 바꾸고
이사도 한 내 노력이 무색하게 어느 날 핸드폰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내게 물었다 .  아직도 세상 남자의 반은 그와 같은 목소리인 것 같아 깜짝깜짝 놀래는 나는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진정 묻고 싶었던 질문은 "왜 나를 버렸니?"였을까? 난 두 질문 다 대답할 수 없다.

나를 사랑했었냐는 첫째 질문은  내 사랑이 의심받아 억울해서 대답할 수 없고,
왜 나를 버렸냐는 두번째 질문에는 나도 그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나는 그에게 내가 그를 떠나는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었다. 언젠가 그에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한다. 유치원선생님께 우리아빠는요! 기타칠 때가 젤루 멋져요! 저도 아빠처럼 될꺼예요! 라고 말하는 그를 꼭 닮은 남자아이가 그와 함께 할 무렵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어렴풋이 생각한다. 수년이 흘러 갑자스레 대답을 듣는 그의 표정은 어떨까.

사랑이 끝나고 그 사랑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버리는 쪽일까, 버림받는 쪽일까.
나의 경우는 버림받는 쪽이었다. 떠난 사랑따윈 의심해버리는 것이 속 편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