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울해하며 친구네 집에 찾아들면 아무 말 없이 웃긴 만화를 보여 주거나 이야기를 해주는, 무더운 여름 날에 찾아들면 냉동고에 얼려둔 젖은 베조각을 내어주는 친구가 갖고 팠다.
하지만 정작 나는 블랙홀 같은 친구가 되고 싶었다. 무슨 이야기든 조용히 먹어버리는 검고 깊은 우물같은. 비단 친구뿐 아니라 블랙홀 같은 사람이고 싶었다.
운좋게도 나는 언제나 온전한 퍼즐 조각을 지닌 사람이지만, 언제나 그 퍼즐을 맞추려 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다. 최근 나는 구성진 소설들을 읽으며 내 우물 속 퍼즐을 맞춰보고 놀란다. 무심한 건가. 상냥한 건가. 알 수 없는 내 모습.
무엇이 되고 싶은가.
우물을 그만 두면, 뭐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