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Of Love - 초회 한정반
Yiruma | 이엠아이(EMI)
이루마의 [Destiny]앨범의 두번째 곡. Mika’s Song을 듣다.
지하철 퇴근길입니다.
새로 읽기 시작한 소설에 푹 빠져 고개가 아파올 무렵입니다.
고개를 들다 우연히 가방을 보았습니다.
심장을 향한 모든 혈관이 일시에 일을 멈추었습니다.
폐도 공기를 들이마시는 일따위 잊었습니다.
오래된 기억이 머리 속에 안개를 지핍니다.
몰래몰래 숨죽여 보던 사람입니다.
그 사람을 보면 괜히 코끝이 시큰했습니다.
항상 그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난 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를 바로 보지 못한
내 시선은 언제나 그의 주변을 맴돌고만 있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그는
모서리가 헤져 뜯어진,
그가 진탕 술마시고 외박한 다음 날 양치하는 칫솔이 들어있는,
Lucas 남색 가방이고
그가 짝사랑하던 동급생 여자아이의 이름이
곳곳에 낙서되어 있는
빛바랜 노란 노트이고
항상 반쯤 풀려있는 매듭이
아슬아슬 매달려있는
오른쪽으로 기울게 뒷굽이 닳은, 주름 많게 잘 길들여진 구두입니다.
지하철 퇴근길
문득 스쳐간 남색루카스 가방 때문에
일하기를 멈추었던 내 기관들이 과거로의 여행을 끝내고
일을 시작합니다.
심장에 피와 공기가 공급됩니다.
잠시의 정지가 심장에 찌릿찌릿한 작은 고통을 유발합니다.
오래전 그날,
햇살 따스한 겨울날의 유리창이 따스해 보여
손끝을 대었다가 그 차가움에 가슴시려하던
그날의 나처럼,
아직도 그 덕분에 이렇게,
가끔은 아련한 통증을 겪고 있습니다.
아련함을 내게 선물해 준 그에게 가끔은 감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