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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가쿠다 미쓰요-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by 따즈 2008. 6. 9.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 10점
가쿠타 미쓰요 지음, 민경욱 옮김/Media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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この本が、世界に存在することに(単行本)
角田 光代 (著) 







나이는 스물일곱이나 여덞. 그는 고등학교 때 가타오카 요시오의 애독자였을 것이다. 가타오카가 그린 세계에 빠져, 그가 그린 주인공에 공감해 주인공이 내뱉은 대사에 넋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떠나 일하기 시작하면서는 그는 가타오카 요시오로부터 서서히 멀어진다. 현실은 가타오카 요시오적이지 않았고, 자신 또한 가타오카 요시오의 주인공도 아니다. 방안에는 텅빈 편의점 도시락 상자와 벗어놓은 빨랫감이 산적해 있다. 치우고 치워도 내일이면 또 빈 도시락과 빨랫감이 방안을 굴러다닌다.
 책이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읽을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읽는다고 달라질 게 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산처럼 쌓인 빨랫감이 저절로 치워지는 것도 아니고 균형 잡힌 밥상이 눈앞에 차려지는 것도 아니다. 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가쿠다 미쓰요의 소설은 읽어서 맘에 드는 구석을 발견하기 어렵다. 나랑은 취향이 틀리달까. 그런데도 그녀의 에세이는 상당히 맘에 들어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엔 읽고 후회하기를 반복하기 일수다.
하지만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내 취향에 딱이다. 책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단편으로 엮여져 있는데 그 하나하나에 내가 느꼈던 것들이 산재해 있어 읽는 동안 조금은 행복하고 부끄러웠다.

한동안 책의 속표지에 한줄감상과 날짜를 적어볼까 고민했던 적이 있다. 내가 가진 책은 대부분 다시 읽기 위해 산 것들이므로 그렇게 감상을 더해가다보면 나이에 따라 변해가는 내 생각을 알 수 있지 않을까하고.
하지만 책에 밑줄 긋기도 싫어하는 내가 그런 일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독서노트를 만들어도 감상을 쓰는 것보다 읽어대는 것에 집중해서 결국 몇페이지 못가곤 해서 결국 다이어리에 한줄 감상을 써놨는데 요즘은 반성해서 읽은 책은 반드시 맘에 드는 문장을 블로그에라도 쓰려고 하지만 역시나 읽은 것을 다 쓰진 못한다. (아! 게을러)

나는 아직 내 인생을 바꾼 책이나 읽고서 너무 너무 대단하다!라고 방대한 느낌을 받은 책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내게도 나타나겠지하고 기대해본다.

* 책 표지가 맘에 안들어 일본판도 찾아보았는데, 맘에 안들기는 마찬가지. 저 일러스트 왠지 무섭다. 머리숱 많은 긴 머리의 여자의 고개 숙인 뒷모습은 어째 부담백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