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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06.12-2007.11 Japan

북해도기차여행기_2007.02.15_시라누카

by 따즈 2008. 10. 7.
아침에 네르와 공항버스정류장에서 잠깐의 작별인사를 하는데도, 왠지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어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 난 항상 떠나오는 입장이어서 누굴 떠나보내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가슴 찡한거구나하고 잠시 생각했다. 채송화와 나는 네르와 달리 북해도프리패스가 7일권인지라 알차게 쓰기 위해 철도원의 찰영지에 가기로 했기에 씩씩하게 삿포로역으로 향했다. 어제 하루종일 기차여행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결국 기차에 탑승하자마자 꿈나라로; 막 자다보니, 이상하다. 나와야할 역이 안나온다? 지나갔나 싶어서 승무원을 찾아 한참을 헤맨 뒤 물어보니 환승해야하는 역은 이미 지나쳤고 갈아타고 가기엔 시간이 안맞는단다. 북해도 철도는 간선도 많아서 하루 한번 밖에 운행안하는 오지(?)도 있어서 열차시각표가 어렵다. 그런데 난 성의없게 인터넷으로 한번 보고 다시 확인은 할 생각도 않고 덥썩 기차를 타버린거다. 피곤해서 좀 귀찮았던 탓도 있지만.... 흑, 반성. 승무원 아저씨랑 이리 저리 고민해봐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 다음 역에서 내려 한시간 정도 기다린 다음 삿포로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암. 것. 도. 없. 는. 시라누카역에서 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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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에서도 가장 큰 도시인 삿포로가 주거주지인데다가, 여행지는 다 번화가였던지라 시라누카의 아무것도 없는 민숭민숭한 한가함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색달라 신선하기도 했다. 기차시간까지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닌지라 멀리까지 가진 못하지만 앞에 보이는 방파제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 가면서 슬쩍슬쩍 집도 스토킹하고. 사람도 잘 없고 볼 만한 가게도 적어서 서울의 모르는 동네 뒤지는 기분으로 사진을 찍으며 할랑할랑 도는데, 거리 이름이 어찌나 재미나던지. 어떤 의미로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북해도 어느 시골에 런던가, 샌프란시스코가라니!
일본에 와서 든 가장 몹쓸 습관 중 하나는 남의 집 엿보기; 왠지 궁금하다보니 눈이 가는데, 저층집도 많은데다가 창에 커튼을 치지 않은 집이 꽤 되서 집안 너무 잘 보이니....안 볼 수 없다는!
커튼 열린 창으로 집 안을 바라보는데 누군가랑 눈이 마주쳤다! 깜짝 놀라 눈을 잽싸게 돌렸으나,,, 왠지 낯익은 얼굴이었던 기분에 슬쩍 다시 보니 으하하하! 욘사마가; 이런 곳에서 욘사마랑 만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을꼬. 인기가 정말 많구나 실감했다. 노크라도 해서 집주인과 담화라도 나누고 올 걸 그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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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는 자연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는 만큼 맛있는 메론같은 과일도 많이 나고, 넓디 넓은 바다에서 맛난 해산물도 쑥쑥 잡히며, 낙농업으로 유명해 유제품이 많다. 하지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은 점점 도시로 빠져서 이쪽도 농사 짓고 물고기 잡고 소 키우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단다. 지방자치제이다 보니 노인들만 남은 시골 도시들은 재정난으로 허덕이게 되고, 재정난이 허덕이다보니 노인복지를 제대로 실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래저래 많은 방법을 간구하고 있는 듯하지만 아직 속시원한 대안을 찾은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북해도의 특산품은 일본인이라면 멋진 로망이어서 백화점마다 북해도 이벤트는 매해 빠지지 않고 하는 듯. 겨울이면 눈이 많이 와서 매일매일 눈을 기계로(빗자루가 아니다!) 치우지 않으면 입구가 막혀버리는 북해도지만 노력하는 젊은이들이 맛난 야채,과일을 가꾸고, 제철 물고기를 낚고, 우유를 만들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