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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내면산책자의 시간

by 따즈 2013. 1. 10.



+ 나에게는, 말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와 상호부조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런 관계의 얽힘을 기피하는 이중성이 있다. 그러면서도 내가 불편하고 힘들면 손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어쩌면 나는 이런 식의 '신세짐'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보다는 나의 이러한 얄팍한 이중성 앞에 직면하는 일이 더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무엇을 먹든 무엇을 사든 나는 그냥 대충하는 법이 별로 없다. 특히 그것이 어느 정도 이상의 비용이 드는 일일 때는 더 그렇다. 어느 정도 이상의 돈과 시간을 들여 무엇인가를 나의 것으로 귀속시킬 때는 나는 늘 거기에 '올인'하다시피 한다. 검색을 하고, 리뷰와 매뉴얼을 미리 보고, 스펙을 따져 보고, 가격을 비교해 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 노력은 대개는 정말 객관적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주관적으로 무조건 가지고 싶은 어떤 대상에 대한 내 욕망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2013년 1월은 텁텁하다. 2012년을 제대로 마무리 지은 느낌도 없고, 2013년에 무엇을 할지 제대로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언제나 1월은 텁텁하다. 새해 초반은 이도 저도 아닌 시간에 속하는 것 같다. 아마 봄이 올 즈음에나 정신을 차리겠지만, 그것도 여름이 되면 흐지부지. 봄이 얼마나 짧은지 생각해보면 내가 정신을 차리는 기간은 너무 짧은 듯.


나는 김명인이 누군지 모른다. 그런데도 덥썩 이 책을 읽은 것은 '내면산책'과 '런던'이라는 단어가 맘에 들어서다. 그리고 타인의 일기는 언제나 재밌다. 김명인이 누군지 모르니 내용도 당연히 상상하지 못했는데,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무겁다. 단촐하게 하지만 구체적으로 적은 타인의 일기장을 넘기다보면, 왠지 런던의 습한 기운이 스멀스멀 내게 다가는 것 같기도 해서 내 여행의 시간들을 곱씹어 보게 했다.

역시 낯선 곳에는 길게 머무는 게 좋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