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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days

그렇게 하루가 간다

by 따즈 2013. 8. 23.


집을 나서서 오호선까지 가는 동네골목길은 내가 출근을 하든, 외출을 하든 꼭 지나치는 곳이다. 왠만해서는 버스도 잘 안타는 내가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이래로 언제나 이 루트만 이용하고 있으니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다른 곳은 변화가 생겨도 잘 모른다. 심지어 우리집 바로 옆 음식점이 아동옷 가게로 바뀐 것도  한참 뒤에야 알았다. 바로 옆이라도 내가 가는 방향이 아니면 고개도 안돌리는 난 언제나 판박이 외길인생.

이 골목은 빌라 천지인지라 가게도 몇 안되는데, 몇 년 전에야 비로소 오래된 양복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쇼윈도우 안으로 정장자켓을 차려입은 얼굴 없는 마네킹이 서있는 맞춤양복집이었을 그 가게에는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 유리창으로 아침 출근시간마다 주인아저씨가 런닝구 바람(정말 런닝구!란 표현이 어울림)으로 다림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여름이었겠지. 그리고 오늘에서야 또 깨달은 사실이 있는데, 이 양복점이 더 이상 양복점이 아니란 사실이다. 어느 사이엔가 노인, 복지 어쩌구로 바뀌었는데 그게 양복점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눈치챘다. 아마도 아저씨가 보이지 않은지는 일년도 넘었을텐데. 


매일 같은 일상이라고 하지만 무언가 조금씩 변해간다. 집들도 다시 짓고, 새로운 가게가 생겨나고 그곳을 지나치는 내 손에 들려있던 카메라가 스마트폰으로 바뀐다. 지구도 점점 뜨거워지고 나도 노쇠하고. 내 주변도 변해간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