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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by 따즈 2006. 2. 18.
사형제도는 그 벌을 당하는 자들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제도이다. 정신적으로 수개월 내지 수년 동안 육체적으로
생명이 다하지 않은 제 몽뚱이가 둘로 잘리는 절망적이고도
잔인한 시간 동안 그 형벌을 당하는 사형수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른 품위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오직 진실이라는 품위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이 형벌을 제 이름으로 불러서 그것이 본질적으로
어떤지 인정하자. 사형의 본질은 복수라는 것을

-알베르 카뮈 "단두대에 대한"


내가 처음 접한 공지영 작가의 소설,「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굉장한 감동이었고 내가 가진 여성관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어린 나이의 내게 그 소설은 사회가 가진 여성의 시선에 대해 싸늘한 마음을 갖게 했다. 그 영향의 잔재는 아직도 남아있다. 그 다음으로 접한 「고등어」를 읽고 공지영 작가를  내가 싫어하는 작가리스트에 올렸다. 그뒤로도 오랜동안 공지영 작가의 소설엔 손을 대지 않으려 애써왔다.
수도원기행을 읽으며 공.지.영.이란 이름이 새롭게 다가왔다. 아.이런 사람이구나. 그대도 상처가 많은 사람이구나.하는 느낌. 그 무렵 공지영 작가를  TV에서 보았다. 그녀의 목소리와 눈초리를 보면서 아. 이제 나도 이 사람의 글을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작가의 가치관이 나와 전혀 다른 탓에 그녀의 글을 읽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생을 접하는 마음이 다르다는 것이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알것 같다.

공지영 작가는 삶의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사람이다. 상처가 있으면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그녀는 세상을 향해 전투적이고 공격적으로 자신을 지켜내고 또 그런 마음으로 화해를 한다. 나같이 가시면류관을 쓰신 예수님께서 내 죄마저 지고가게 만들고서 마냥 좋고 행복한 것만 생각하려는 사람과는 다르달까.

그런 그녀의 글이다. 여전히 사회의 부조리한 폭력과 불평등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서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예전보다 온화한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힘들고 아프다.

이 작품을 영화화 한다고 한다. 주인공은 강동원과 이나영.
아름다운 사람들이 그 아픔을 보여준다니 내 슬픈 마음이 더욱 애잔해지겠다.

이 글을 읽으면서, 또는 영화를 보면서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 좋겠다.
난 사람에겐 다른 사람을 용서할 권리는 있어도 단죄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엔 육시할 놈도 있다. 하지만 그 원통한 마음은 사형제도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