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2006.12-2007.11 Japan

컷트모니터란 무엇인가?

by 따즈 2007. 8. 18.

난 머리를 예쁘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기보다 미용실을 좋아하는 인간형. 스타일도 남들이 보기엔 별차이 없으나, 절대 숱가위로 머리를 못자르게 한다던지하는 자신만의 룰이 있다. 한때는 한달에 한번씩 미용실에 다녀 머리카락이 죽죽 늘어나는 지경에 이르르게 만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마음이 맞는 디자이너도 찾고 해서 석달에 한번꼴로 머리를 정리하게 됐다. 마음이 맞는 디자이너 찾기란 정말 구멍난 독에 물붓기만큼 힘든 일이다.

일본은 컷트 비용이 우리나라 왠만한 미용실 파마값과 맞먹는지라 한국에서처럼 자주 갈 엄두는 나지 않고, 그냥 한번쯤 경험해 보면 좋겠다 생각하다가 결국 6개월이상 머리를 못해서 죽을 것 같던 난 홋또페파[각주:1]를 뒤져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한 미용실에서 스타일 상담을 하고 컷+파마+염색에 도전했다! 그러나 역시 내 맘에 드는 디자이너 만나기가 싶더냐; 내가 분명히 내 머리는 곱슬이고 파마가 잘 나온다 했거늘 어째 길게 말아둔다 했다- 끝에만 곱슬거리는 어른스런 스타일을 해주겠다고 예제 사진마저 자기가 고르고선 완전 푸들을 만들어놓은 것. 그다음 대사 또한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바 없으니, '어머, 파마가 정말 잘 나오네~, 일본 파마약이 잘 맞나봐요~', 그리고 할 말없을 때 하면 유용한 '가와이~'의 연발이라니. 흑.

여기서 맘에 드는 디자이너를 찾기 위해 이 미용실, 저 미용실 다니며 쓸 돈도 없으니 참자!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삼개월 가까이 지나가니 또 머리가 부담되기 시작. 연일 40도를 찔러대는 더위 속에 숱 많고 긴머리를 짊어지고 살자니 너무 힘들어서 그동안 눈여겨 봐둔 컷트모니터에 도전하기로 결정.

컷트 모니터란 무엇이냐, 햇병아리 디자이너에게 꽁짜로 컷을 하는 것. 컷을 다하고 나면 능숙고참 디자이너씨과 와서 검사하고 좀 손 볼 곳은 손봐주고 하는 것.

어짜피 머리는 길디 길고, 좀 망친들 어떠랴 싶고, 어짜피 짜를 머리 길이별로 잘라보자 싶어서 꽁짜 컷트모니터에 도전. 잘 자르면 돈내고 또 자르러 가야지!하는 테스트하는 마음도 조금 있었고.

일본 미용실에선 스타일상담 커뮤니케이션을 상당히 중요시 여기는 느낌. (동숲 게임을 봐도 알 수 있다) 햇병아리 디자이너씨는 능숙고참디자이너씨에게 채점받아야 하니까 처음부터 자기가 하려는 컷트 모델을 꼭 사진을 지정하더라. 그리고 그거랑 똑같이 자르도록 노력. 근 한시간 반 넘게 쳐내고 쳐내고 또 쳐낸 뒤 검사받고 끝.

내 머리는 곱슬이고 앞머리는 웨이브가 있는데 이 앞머리는 컷트를 잘하면 파마한 것처럼 예쁘게 휜다. 대신 잘못자르면 끝장. 햇병아리 디자이너씨가 이 앞머리를 자기가 생각한대로 자르려고 노력하다보니 내가 열심히 기르고 있던 앞머리가 너무 짧아져 버려 슬펐는데 나중에 검사하던 능숙고참디자이너씨가 더 짤라버리는 바람에 좀 짜증났음. 능숙고참 디자이너씨는 자꾸 휘어지는 앞머리를 어찌 못하니까 반대쪽도 휘어지게 짤라버려서 -_-; 이런 게 노하우지 싶더라. 양쪽을 그런 식으로 맞추다니 비열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숱치기를 마구마구 해놔서 스스로는 굉장히 어색한 기분이라 가까운 시일 안에 또 머리 자르러 갈지도-
그래도 꽁짜치곤 잘 짤랐고, 샴푸도 해줘서 좋았다 =)
샴푸 의자가 다른 어느 곳보다 좋더라. 대부분 샴푸의자는 젖혀지기만 해서 은근히 목이 아픈데 이건 엉덩이가 먼저 상승하고 젖혀지는거라 젖혀지는 각이 목에 전혀 부담없어 좋더라- 머리 감겨주는 사람도 훨씬 편할 듯.
샴푸 의자가 맘에 들어서 다음에 머리는 여기서 할 예정 하하하-
역시 꽁짜가 최고야~
  1. 쿠폰북, 맛집이나 미용실 등등의 정보와 함께 저렴한 할인쿠폰이 있어 상당히 유용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