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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days

상처

by 따즈 2009. 3. 22.

나의 아버지는 몸에 상처가 나면 다 아물 때까지 물한방울 뭍이지 않는 성격이다. 내가 유리문에 손가락이 거하게 끼이서 멍이 심하게 들 뻔 했을 때도 한시간 동안 내 팔을 위로 향하게 하고 주물러서 깨끗한 손톱을 유지해 주셨고, 멍하니 걷다가 거하게 엎어져서 엄청난 상처를 만들었을 때도 두달간 하루도 거름없이 소독하고 약바르고 붕대를 감아 희미한 자국으로 끝내게끔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처투성이다. 워낙 잘 다치기도 하고 잘 아물지 않은 피부를 갖고 있기도 하고 더불어, 상처가 아물며 간지러울 때를 견디지 못하고 뜯어버리는 손꾸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난 절대 내 상처에 약을 바르지 않는다. 그리고 왠만하면 아빠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를 쓴다. 소독하고 약바르고 잔소리 듣고 너무 싫다;

그래도 나이 들어서는 별 큰 상처없이 잘 지낸 것 같은데 어둠 속 거실을 활보하다 내가 펴놓고 접지 않은 접이테이블에 있는 힘껏 부딪혀 간만에 피가 줄줄. 실컷 아파하고 혼자 아파하긴 아쉬워 동생한테도 가서 아프다고 피 보여주고 와서 도저히 안되겠어서 마데카솔을 찾아 바르고 반창고도 붙여줬다. 욱씬욱씬 아파 죽겠다. 부모님께는 걱정하실까봐 아프단 소리를 못하는 대신 동생에겐 종종 한다. 누나 아파~ 이거 봐~ 피가 !!!! 하지만 역시 쿨한 대답. 아까 그 비명이 그거였어? 힐끗 보며 읽던 책 읽는 무정한 동생이 난 좋다?

그런데 이 상처 덧날 듯. ㅠ.ㅠ


+아깝게 쓰잘데기 없는 피를 흘려서 모처럼 헌혈이 하고 싶었지만 순대가 빈혈이라며 거절해 슬펐음. 다음에 송화랑 가야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