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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요시다 슈이치 낭독회

by 따즈 2009. 4. 3.

(왼쪽부터) 기침 중인 요시다 슈이치, 이영미 번역가, 한양대 일본언어문화학부 윤상인 교수.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낭독공감에 다녀왔다. 작가는 요시다 슈이치. 요시다 슈이치 작가는 순대 덕분에 알게 되어 번역본을 여러권 읽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리스트에 넣을 만큼 나와는 공감대가 동일하지 않은 작가이다. 일본에서 북오프에서 동경만경을 105엔 파는 걸 주구장창 봤는데도 사지 않은 것은 그런 까닭이다. 일본 사람이 쓴 한국인(엄밀히 말하면 재일교포지만)과 일본인의 러브스토리여서 관심이 있었지만 서점에서 서서 몇장 읽어보면서 끌리지 않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읽은 그의 문장은 동경만경의 몇페이지가 전부이다. 그러니 이 작가의 다른 소설을 접해보면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그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요시다 슈이치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독자가 알기 쉽게 쓰는 재주가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명확하고 간단하며 절제되어 있는 문장이어서 읽기도 싶다. 개인적으로 요시다 슈이치의 독자층을 젊게 생각했는데 낭독회에 참석한 독자들은 시간 때문인지 생각보다 연령층이 조금 높아서 안심했다.

낭독 문장은 이영미 번역가가 선택하고 초대된 정미숙 성우와 이영미 번역가가 번갈아 낭독을 했다. 짧지만 독자 낭독코너도 있었는데 모두들 낭독을 잘 해주어서 듣기 좋았다. 특히 성우는 역시 눈물겹게 좋은 목소리여서 문장이 귀에 쏙쏙 잘도 들어오더라.
작가가 초청된 낭독회인만큼 작가 본인의 낭독을 기대했으나 본인은 낭독회가 서툴러서 일본에서도 참여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좀 읽어줄 것이지. 박한 것. 거기다 사회자인 윤상인 교수와 독자의  질문에도 동강동강 깍뚝이 썰 듯 짧게 짧게 말을 지나치게 아껴 대답해서 아쉬움이 컸다.  

이영미 번역가가 낭독문장을 택한 이유에 대한 답변을 할 때,  악인의 416쪽 6줄에서 417쪽 14줄까지 번역하면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있다고 했는데, 난 그 부분에서 눈물이 아닌 분노를 느꼈던 듯하다. 악인을 읽는 내내 피가 더러워지는 느낌을 어쩔 수가 없었는데  그 자전거의 빈 깡통은 그 기분을응집시켜주는 분노의 대상이었다. 격한 분노는 아니지만 정말 인간들이란 얼마나 추한가하는 분노. 악인을 읽었어도 읽고 난 뒤 '아, 피가 너무 더러워졌어'라는 감상 외엔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데 그 캔으로 인해 성선설과 성악설 사이에서 고민했던 것은 어렴풋이 남아있다. 다들 여성의 심리를 잘 알고 표현을 잘해내고, 그에 공감해 많이 울었다고 말을 하는데, 나만 삐뚤어진 감상을 갖고 있는 듯해 내가 이 작가를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흠, 책을 다시 읽어 봐야 할까?

낭독회가 끝나고 살짝 사인의 시간이 있었는데 냉큼 줄 서서 별 기다림 없이 사인을 받았다. 4,5번째 쯤 서있었는데 앞에 서신 분이 카메라를 주시며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하시길래 그럼 저도!라고 해서 사진도 찍고 더불어 그분이 악수해달라 하신 덕에 난 악수해달라 청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해주더라; 앞에 계셨던 분 감사. 질문을 깍뚝깍뚝 썰어 답변한 것과 달리 사인할 땐 친절하게 하던 요시다 슈이치도 인상적.

이번 낭독회의 아쉬운 점은 진행상의 문제인데, 낭독회가 처음 시작되고 성우 소개도 번역가 소개도 했지만 작가 소개는 없더라. 물론 사회자셨던 교수님은 충분한 인사시간이 대기실에서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주인공인 작가가 인사할 시간을 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짧은 시간에 이것저것 하느라 맘이 급하셔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기본예의의 문제인지라 작가가 어찌 생각할지 쓰잘데기 없는 걱정이 생기더라.  그리고 추후 사인시간에도 작가의 사인을 받을 사람은 줄을 서시오!라더니 작가 옆에 성우와 번역가도 함께 앉으시더군. 같이 사인회를 할 것이었으면 공지를 제대로 했어야지 싶다.



<자신의 작품을 타인이 낭독을 하는 것을 보는 느낌은 어떤지, 너무 낭독을 잘해 절망을 느끼지는 않는지,
한국에서 처음 낭독회를 갖는 느낌은 어떤지 등등 윤상인 교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요시다 슈이치>


<옆에 나는 짤라먹고, 꼭 쥔 주먹이 너무 인상적; 싫은 거 참고 일하는 거얌? 단추 푼 건 백점 센스! 근데 글씨는 별루더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