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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days

서른

by 따즈 2005. 6. 19.
"어렸을적에 네가 서른이 되면 좋을것 같다고 했던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

친구의 물음에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나는 무엇이 그리 힘들어 서른을 기다려야 했는가.
내가 기대한 서른은 무엇이었나.

내가 서른을 기다리던 때가 언제쯤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서른을 기다리던 느낌은 기억난다.
내가 바랬던 서른은
어떤 직업에 매진하고 있거나 결혼을 했거나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바란 서른은 나이와 무관하다.
다만 서른쯤이면, 그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막연히 기다렸을 뿐.

서른을 바라던 때의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픈 일 투성이었다.
한때 상처는 내 삶의 원동력이라 했던 오만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음의 균형을 잡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나를 보호하던 벽이 허물리기 시작한 이후로
다시 쌓지도 다시 허물지도 못하는 상황에 지쳤었다.

내가 타인에게
내가 나에게
무관심이 아닌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기다렸다.

난 많은 것에 무관심했다.
그러기에 자주 하소연상대가 되어주었지만
난 그것들을 내 몸 어딘가에 저장해 놓을 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성선설을 믿지만,
타고난 천성과 습관은 절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
타인에게 어떤 것을 고칠 것을 요구하지도 않고
내게 요구하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고집쟁이다.
여전히 나는 세상사이에 담을 두고 있다.
여전히 나는 단호한 어법을 구사한다.

그렇지만,
이제 적어도 사람에게 지치거나 상처받을 때나
누군가 내가 손내밀어주길 바랄 때
담 뒤로 꽁꽁 숨어버리지 않는다.

저마다 삶의 방식은 다르다.
그것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힘들고 지치는 일이다.
그래도 이제 반정도는 그들과 함께 섞여 있을 수 있다.
그런 시간이 내게 찾아온 것이다.

이제 한달남은 내 생일 다가오면,
10년전에 내가 나에게 써 놓은 편지를 읽게 된다.
지금도 몇줄 정도는 기억이 나는
오래전에 내가 나에게 쓴 편지.
그리고 다시 난 10년 후에 나에게 편지를 쓸지도 모른다.

답장은 없이 미래로만 향하는 내 편지들.
후회하지 않는 과거는 없다.
되돌아가고 싶은 과거도 없다.
난 시간과 함께 느긋하게 흘러가고 있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 스스로 생각했을 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