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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days

시간살해

by 따즈 2005. 6. 8.
한동안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너무 고되었다.
아침이 오는 소리는 들리는데
눈꺼풀은 마냥 무겁고 사지는 축 늘어져 말을 듣지 않는 시간의 연속.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침을 힘들어하긴 하지만
이번엔 좀 길다 싶었다.

이제 다시 아침을 되찿았다.

아침에 눈뜨는 일은 내게 전혀 힘들지 않다.
번쩍하고 떠진다.
낯선 여행지에서라면 조금 더 일찍.
다들 잠들어 있는데 혼자 눈 뜬 여행지 아침엔
언제나 산책이다.
내가 서있는 공간에 대한 낯설음
낯익은 것 오직 아침 햇살뿐.
햇살과 함께
타지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산책하는 것은 두근두근 설레이는 일이다.

나는 지금 자아분열상태인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 꿈뜰되는 아이와
그 일을 어떻게든 막아보이겠어!라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아이.
왠 심술인가싶게 내 맘은 내가 모르는 지경으로 만들어 버리는 아이들.

강한 의지의 아이가 살해를 저지른다.
내 아침을 죽이고
내 하루를 죽인다.
철철 붉은 피가 흘러넘치는 살해는 아니지만,
내 마음 한구석이 황량해지는 살해다.
서부극처럼 횡한 모래바람이 마음에 인다.

시간 속에 내가 있어 조각배를 타고 둥둥 떠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죽이고 있으니,
그 죄책감을 어쩌겠는가.

살해를 멈춰줘.
의지강한 아이야.
부탁해.
* tataz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9-17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