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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야마모토 후미오-내 나이 서른 하나

by 따즈 2008. 6. 20.

내 나이 서른하나 - 10점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창해


주말이 되면 나는 늘 여행을 떠난다......나는 점심시간이 되면 5분 만에 도시락을 먹어치우고, 유니폼에 샌들을 신은채 길거리로 나간다.그 시점에서 내 여행은 시작된다. 사무실에서 걸어갈 수 있는 범위에 있는 금권상점(철도권,항공권 등 각종 티켓을 싸게 파는 상점)은 두 군데. 매일 그곳에 다니며 이번 주말에 이용할 수 있는 신칸센과 비행기 티켓을 물색한다. 항공권은 몇 달 전에 구입하면 금권상점보다 싸게 구할 수 있지만, 그것은 목적이 명확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나는 주말이면 반드시 1박 2일 여행을 하는데, 특별히 어디에 가고 싶다는 목적은 없다. 다만 어딘가에 가고 싶을 뿐이다......오늘은 가고시마행 티켓을 특별히 싼 가격에 팔고 있었다. 나는 그 티켓을 구입한 다음, 여행사에 들러 돌아오는 항공권을 구입했다. 그리고 저녁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여성 혼자 머물 수 있는 온천 여관'이라는 잡지를 들추었다. 공항에서는 조금 멀지만 바다 쪽에 좋은 온천 여관이 있어서 전화로 예약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가면 되리라.


서른 한의 시간을 지난 여러 사람들의 단편집. 야마모토 후미오를 처음 접한 책. 도서관에 가면 항상 「플라나리아」가 '날 데려가요'하고 간절히 쳐다보지만 언제나 외면해왔다. 왠지 잠길 것 같아서. 교보에서 언젠가 읽어야지 점찍어둔 이 책이 결국 눈에 띄어 집어 들고 왔지만 선뜻 열지 못했다. 그러나 한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술술.
처음 접하는 작가의 책을 읽을 땐 두려움 반 기대 반이다. 이 책이 날 어디로 끌고 갈지 확신할 수 없으니.

직업과 삶이 전혀 다른 서른 한살들의 이야기다. 짧은 단편임에도 사건구성과 감정이 흡입력을 가지고 주인공을 만나게 한다. 정말 맛깔나다. 난 서른이란 나이를 기묘하게 상실했다. 우리나라의 30이던 때, 일본에서 29으로 살아버린 탓. 나이에 대해 둔감한데 더 둔감해져버렸다. 나이가 둥둥 떠서 어디로 날아가버린 느낌.
이 책에서 만나는 서른 한살들에게서 조금씩 내 모습을 발견하곤 크게 공감해버렸다.

그 중 가장 실현해보고 싶은 에피소드는 역시 여행.
떠나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