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65days

같은 노래 다른 기억

by 따즈 2006. 4. 28.

개구리          이동찬 작사 / 홍난파 작곡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밤새도록 하여도 듣는 이 없네
듣는 사람 없어도 날이 밝도록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개굴개굴 개구리 목청도 좋다


복숭아님의 "아주 오래된 농담" 포스팅을 보고서는
어둠의 포스가 산재하는 사무실에서 혼자 키득키득, 어깨를 들썩이느라 진땀 뺐다.
저 노래에는 나도 꽤나 하드보일드한 추억이 있는데.

내게 여러가지 독특한 추억을 선물한 고등학교는
어느 사립학교가 그러하듯 구린내나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해에는 교장의 아들 둘과 그것도 모자라 심지어 며느리와 또 그 며느리의 친구까지
선생님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마구마구 침투한 그들 덕분에 우리가 사랑해 마지 않던 오프라여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그래서 여러가지 소소한 항의운동이 이어졌는데,

중앙현관에 있는 어항에 먹물타기.
(이건 잘한 일이 아님에 틀림없다. 애꿎은 생선들만 고생했다.
그 어항엔 생뚱맞게도 자라가 살고 있었는데
때때로 생선을 반토막 내놔서 아침마다 극악스런 관경을 연출해 내곤 했다.
그 먹물에 그놈의 자라는 죽지 않았다.)

교장 청문회하기.
(이것 또한 정치의 여파랄까.
젊은 날에 "청문회란 게 다 그렇지"라는 깨달음을 주고 끝났다.)

그리고 교장이 젤 거슬려했다는 개구리사건이다.

사실 사건 자체는 단순명료하다.
교장실 벽과 문짝과 유리창에 큰 글씨로 (아쉽게도 예술성이 부족한 글씨체였다)
다음 구절이 적혀있었다.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정말 센스있는 낙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냥 보면 초등학생 낙서 같은 내용이지만
알고보면, 90점은 줄 수 있는 낙서였다.

그 뒤로도 교장을 향한 소소한 투쟁은 여러곳에서 나타났지만
저것만큼 유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