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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내 남자의 여자

by 따즈 2007. 5. 18.

사람마다 인생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르다.  저마다 다른 방법, 다른 박자로 인생의 바다를 부유한다. 하지만 인생의 바다도 언제나 잔잔한 것만은 아니어서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는 숨쉬기에 부족할 때가 있다. 때때로 쓰나미 같이 거칠어진 인생 위에 혼자라는 것은 고독하고 고독하고 고독하고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하며 살아가지만 함께, 때로는 손을 잡고 때로는 껴안으며 인생 위에 표류한다.

난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한다. 혹자는 김수현식 따다다다 쏘아대는 대사에 힘겨워하고, 혹자는 매번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라고 힘들어한다.
어떤 작가의 드라마인지 모르고 보더라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는 배우의 대사 호흡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작가 만의 리듬이 살아있는 대사여서 누가 읽더라도 비슷한 호흡이 되는, 어느 정도 문어체적인 대사.  "내 남자의 여자"에서도 역시 그 리듬에 따라 배우들이 대사를 하고 있다. 이제는 친한 친구의 말투처럼 익숙해져서 어디서 얼핏 들리기라도 하면 반갑다. 그 친숙한 말투로 그들이 내게 펼쳐보이는 세계는 철저히 현실적이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잔뜩 일어나는 환상같은 세상보다 훨씬 현실같은 이야기. 때때로 문어체적 대사가 나를 환기시켜주지 않는다면 숨막힐만큼 현실적이다. 김수현 작가의 배우들의 고민은 내가 사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선택 또한 빤하다. 하지만 동시에 도덕적이다. 도덕이라는 말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자신은 없다. 난 도덕점수가 정말 꽝인 아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도덕과 공부하는 도덕의 답은 언제나 차이가 있었다.
열명의 사람이 있으면 백개의 사정이 있다. 한사람당 하나의 사정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사람이 사회에서 하고 있는 역활은 단 하나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누나, 누군가의 조카, 누군가의 엄마... 가족관계만해도 간단하지 않고 사회에서 역할도 복잡하다. 그 관계에서 발생되는 여러가지 일들에 상처받고 위로받고 하는 이야기가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 있다. 꼭 특별한 직업에 커다란 사건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얼마 상처받고 위로하며 살아가는가를 보여준다.

누군가 난데없는 죽음을 소재로 쓰는 것에 불만을 나타냈지만 글쎄. 나이가 들면 계절이 바뀔 때가 제일 스산하단다. 그때가 명을 달리하는 친구들이 많으니까. 처음엔 자신보다 나이드신 분들의 죽음을 보게 되고 그러다 점차 자신의 친구들의 작별을 보면서 자신의 죽음도 새롭게 다가오고 죽음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쓰는 날 삶에 대한 정의도 새로워질까.

좋다 싫다라는 평이 아닌 옳다 그르다는 평은 인생에선 언제나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