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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ICO 안개의 성 이코 - 안개의 성 -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현주 옮김/황매(푸른바람) 토쿠사 마을에서는 몇 십 년에 한 명, 머리에 뿔을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 막 태어난 갓난아이 때는 뿔이 눈에 띄지 않는다. 갓난아이의 옅은 머리카락으로도 숨겨질 정도의 동그랗고 매끄러운 돌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뿔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뿔이 없는 아이보다 건강하게 자란다. 무럭무럭 손발이 자라고, 신체는 건강하고, 잔병치레도 하지 않는다. 사슴처럼 들을 내달리고, 토끼처럼 뛰고, 다람쥐처럼 나무를 오르고, 물고기처럼 헤엄친다......하지만 머리의 뿔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증표'였다. 그 아이가 제물이라는 증표. 머지않아 그 아이가 안개의 성에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증표. 마을이 짊어진 '관습'의 증표. 플레이스테이션 2.. 2008. 8. 7.
야마모토 후미오-플라나리아 플라나리아 -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창해 나오키상 수상작품집 다음에 태어날 때는 뭐가 되고 싶으세요? ...... 이담에 다시 태어날 떄는 플라나리아가 되게 해주소서. 이 작가는 참으로 여자에 대해 잘 알고 있구나 하는 느낌. 여자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사람 누구나 상처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치유 방법은 다르다. 누구는 감추고 감춰서 곪은 자리가 조용히 아물기를 기다리는 반면, 누구는 흉할지라도 드러내고 햇볕을 받게 해서 상처를 마르게 한다.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지만 아문 상처도 때때로 통증을 느끼게 마련. 이 단편집의 주인공들은 멋지지 않다. 세상의 관점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의 느낌. 그런 이들의 아픔이라 더 진짜같은 아픔이 느껴진다. 2008. 8. 7.
모리에토-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시공사 ◎실은 공이 던지고 싶어서, 좌익수를 하면서 남몰래 투구 연습을 했지. 결국 써먹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괜찮으시면 내일, 히라타 대신 출장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 가지. 그런데 히라타의 포지션은? ●좌익수입니다. 따뜻한 이야길 줄 알았더니, 왠걸. 무지 처절한 느낌이다. 인생이란 별 수 없을 때가 있지라는 느낌. 꼭 옭아매인 새끼줄처럼 발목을 칭칭 감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 인생이냐 싶게도 먹먹한. 그런데 그런 갑갑한 이야기의 연속인데도 읽으면서 웃음이 난다. 맞아. 이런 거라니까! 라는 묘한 공감을 하면서. 진지한 이야기를 가볍고 재밌게 되짚어주는 소설이다. 2008. 8. 7.
야마모토 후미오-블루 혹은 블루 블루 혹은 블루 -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구혜영 옮김 대교북스캔(대교베텔스만주식회사) 당신이 믿든 안 믿든 도플갱어는 존재한다. 도플갱어는 현실과 사후 세계의 중간에 있기 때문에, 그래서 방황하는 것이다. 도플갱어는 아주 본능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다른 실체처럼 존재하고 싶어서 , 본체와 서로 자유를 즐기려고도 하며 방어하려고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가와미소코는 바람난 남편과 그것을 알지만 금전적인 호사스러움을 버리지 못해 함께 살고 있는 자신의 현재에 불만을 느낀다. 지금의 남편을 선택하기 전에 자신이 좋아했던 남자 주방요리사와 결혼했더라면 지금보다 낫지 않았을까 상상을 한다. 그러다 우연히 그 남자를 목격하고 그 남자 옆에 서있는 여성이 자신과 똑같이 생겼음에 놀란다. 그 여성은 사자키소코. 자신과.. 2008. 7. 24.